Glamping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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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타베팅 이용후기
작성자	라일라
작성일자	2023-08-22
“썩어 빠진 마탑이라는 소리는 듣기 싫어서 말이죠. 다른 것도 아니고, 공명정대하게 투표로 뽑은 마탑주가 그딴 썩어 빠진 인간이었는데 또 투표로 하자 그러더라구요.” 아주 느릿느릿 눈만 깜빡였다. 이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힘으로 제압해 버렸다니. 아주 잠시 동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모습이 재미있던 건지 세헬루스가 다시금 환하게 웃었다. 눈도 보이지 않을 만큼. “그 표정 생각보다 귀여우시군요.” “……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어서 말이죠. 보통은 놀라거나, 기겁하거나 하는데……. 황후 마마의 표정은…… 뭐 이런 미친X이 다 있지. 라는 표정 같아 보여서요.” 응 맞아. 그 표정이야. 어떻게 내 감정을 저렇게 명확하게 읽은 거지. 딱 내 마음이 그랬다. 소설처럼 다음 마탑주도 투표로 뽑혀야 하는데, 이 남자가 그걸 깡그리 다 무시하고 힘으로 제압했댄다. “아, 아닙니다.” “뭐,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제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거든요.” 당신이 멀쩡한 소설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 물론 소설의 진행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겠지만……. ‘하긴 나도 샤샤를 데리고 가문에서 도망 나오고, 일찌감치 르델로를 만나서 변화를 주고 있으니 문제긴 한데…… 이 남자는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를요? 아니…… 새 마탑주님이 마탑주가 되시는 건 찬성하고 있지만……. 본인이 사과할 일도 아닌데 직접 와서 사과해 주신 걸 보면 좋은 분인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괜히 나중에 문제 생기시는 건 아닐지…….” “아? 아니요.” “네? 그게 아니에요?” “네. 저에 대해 그리 생각하셨군요. 걱정……하셨던 거네요.” 어쩐지 나를 향한 무한한 호감을 내비치는 남자를 보며 난 입만 떡 벌렸다. 뭔가 쓸데없는 말을 너무 주저리주저리 한 기분이랄까. “거, 걱정이긴 하죠. 마탑이라는 곳이…….” 아무리 그가 힘으로 제압하려 해도, 그곳에 있는 자들도 저마다 힘을 가진 사람이다. 거기에 원로원장이라는 사람은 힘도 있을 테고, 자신만의 세력도 있을 테니……. ‘이 남자는 딱히 세력이랄 것도 없어 보여서. 정말 괜찮은 거야?’ 그가 다시금 웃었다. 여전히 재미있고 즐겁다는 것처럼. “다정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황후 마마는.” “아뇨…… 그러니까 그건…….” “제가 황후 마마께 여쭤볼 건, 기회를 주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넘어서 큰 피해를 끼친 자가 있으면 마마께서는 어떻게 하실 건지에 대해서였습니다.” “아. 사람이라면 응당 기회를 주어야겠지요……?” 내 말에 그의 표정이 짐짓 심각해졌다. “흐음…… 그런가요. 역시 기회를 주어야 했을까요.” “하지만 그 사람이 전 마탑주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죠. 뭐 그래요. 삥땅, 아니 뒤로 돈을 좀 슥삭할 수 있죠. 인간이란 욕심이 가득한 동물이니까. 아주 많이 챙긴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이용하면 안 되죠. 그런 자는 용서할 필요도 없어요.” “다행입니다. 혹시나 잘못했다 할까 봐 걱정했는데.” “제가 뭔가 평가하거나 선택할 사람은 아니지만……. 저라면…… 그랬을 거라는 거죠.” “아이를 좋아하십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말도 많은 사람처럼 그는 계속해서 묻고 또 물어 왔다. 그게 싫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이 남자 왜 이렇게까지 나한테 호의적인 걸까. “제 착각 같기는 한데요.” “네.” “어, 아니에요.” 그저 착각이겠지. 이 남자가 유달리 나한테 잘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이유를 물어보려다가 너무 착각에 빠져 사는 걸까 봐 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주 잠시의 시간이 지났다. 멜로딘이 놓고 간 찻물은 이미 차게 식어 버렸다. 마법도 있다면서 보온 기능은 없는 건지, 찻물이 너무 빨리 식어 버린다.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단 이거라도 먹는 게 적막을 조금 깰 수 있을 듯싶어 찻물을 호록 호록 삼켰다. 그사이 세헬루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까 말씀드리려다가 말씀드리지 않았던 건, 과거에 제가 직접 뽑은 자가 테슬로 마탑주였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 늙은 돼지를 뽑으셨…… 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예의에 벗어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놀라는 표정이 귀여우십니다.” 생긴 건 세상 차갑게 생겨서는 웃음은 왜 이리 헤픈 거야. 아까는 웃음 짓는 게 어려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웃는 건 어렵지 않았고, 공적으로 미소를 짓는 게 어려운 남자였다. 그는. 황제가 이런 표정을 지었으면 나를 놀리는 거라 생각했을 텐데, 그는 조금도 그런 인상을 풍기지 않았다. “어…….” “놀라실 때마다 아이같이 웃으시거든요. 귀여우십니다.” “아, 그…… 어…… 그러니까.” 다시 한번 그의 입에서 나온 귀엽다는 말에, 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귀엽다고 하는 말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현실의 나도, 이사벨라도. 현실의 나는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살 수 없었으니까. 보육원에서는 성인이 되면 나와야 했고, 노아가 떠났음에도 보육원에서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돌봐야만 했다. 성인이 된 후, 보육원에서 나온 나는 하루 살기 바빴고 귀엽다는 말을 해 줄 사람도, 그렇게 봐 줄 사람도 없었다. 이사벨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부모가 있다는 점과 샤샤 덕분에 부족함 없이 자랐다고는 하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저 당하고만 살지 않기 위해 할 말은 모두 하고 살았다. 부모도 사랑하지 않았던 아이는 사랑을 주는 방법도 몰랐고 그래서 귀여울 리 없었다. 그래서 그 귀엽다는 말이,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그런 말들보다 더 오글거렸다. “그…… 그래서 아까 그 말은 뭐예요?” 그래서 급하게 말을 돌렸다. 다행히 그는 내 말에 누구보다 호응을 잘해 주는 사람이었다. 살짝 몸을 티 테이블 쪽으로 숙인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찰랑거리는 검은 머릿결이 반짝반짝 빛난다는 착각이 든다. “어떤 말 말씀이십니까?” “과거에 직접 테슬로를 뽑았다는 말이요. 그가 마탑주가 된 지 한참 된 거 아닌가요? 엄청 늙은이던데…….” “아아. 마탑에 대한 이야기를 아십니까? 아주 먼 옛날. 강인한 마법사 하나가 마탑을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폭주해 버렸고, 그 때문에 마탑에서는 한 명의 마법사가 마탑을 지배하는 일은 없도록 했죠. 그래서 마탑의 다섯 사람이 투표를 하게 되고, 그 결과를 통해 마탑주를 뽑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분명 아는 이야기다. 마탑에서 있었던 비운의 사건. “마탑 원로원의 다섯 사람. 강한 자, 오래된 자, 새로운 자, 통달한 자, 죽음을 앞둔 자. 이렇게 다섯이 투표권을 가집니다.” 생각보다 마탑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도 흥미가 갔다. 돼지 X를 마탑에서 손절해서인지, 혹은 세헬루스가 마탑주가 되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힘으로 올랐다고는 하나, 사실 투표로도 제가 이길 것이었습니다.” “그래요?” “강한 자는 세헬루스, 오래된 자도 세헬루스. 새로운 자는 갓 마법사가 된 메르킨. 통달한 자는 로이윅. 죽음을 앞둔 자는 젤로. 이렇게였습니다.”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강한 자도…… 오래된 자도 세헬루스예요?” “네!” “아…….” 뭐지. 강한 자가 세헬루스였다는 건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그리 강하지 않아 보여도 실제로는 강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래된 자의 권한 또한 받았다는 건 조금 예상을 벗어났다. 보통 오래된 자라고 하면 나이가 많은 사람을 생각할 텐데……. 아니었으려나. 조금 다른 의미의 오래된 자려나. 무언가 오래된 물건을 가지고 있고…… 그런 건가? “로이윅은 통달한 자입니다. 원로원장으로서 그를 따르는 자가 많지요. 그래서 그가 될 뻔했으나 새로운 자에 메르킨을 세우면서 투표 수로도 제가 이겼습니다.” “아.” “새로운 자를 어떤 의미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였지만, 저는 꽤 합리적인 사람이어서 말이죠. 그래서 새로운 자에 제가 아는 사람을 세웠습니다.” 신난 듯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귀여워 보였다. 오늘 하루 이 남자에게 가지는 감정이 참 여러 개다. 그는 아는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되게 섹시한 멍뭉이 도베르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까만 골든 레트리버 같은 느낌이랄까. 대형 강아지 같다. “그리고 테슬로가 뽑히던 시절에 저는 마탑주의 자리에 관심이 없었던지라 그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때도 저는 두 개의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죠. 거기에 그때의 새로운 자는 테슬로에게 이용을 당하고 있던 이였어요. 갓 마법사가 된 자가 어리바리 굴다가 그의 먹이가 되어 버린 거죠.” “아.” “또한 통달한 자인 원로원장 로이윅이 손을 들어 준 데다가, 죽음을 앞두었던 겐슬링까지 자신의 편으로 포섭한 덕에 쉽게 마탑주가 되었죠. 죽음을 앞두고 있던 겐슬링에게는 그가 살 수 있는 방도를 알려 준다 했죠. 그런 방도가 있을 리 없었고 그는 죽었습니다.” 꽤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과거에 테슬로가 어떻게 마탑주가 되었는지, 그리고 현재 세헤루스가 어떻게 마탑주가 되었는지는 설명이 되었지만……. “다 알겠는데, 어떻게 전 마탑주 투표에 당신이 참여할 수 있던 건지…….” 그 늙은이는 아주 젊었을 때 마탑주가 된 걸로 알기에, 그의 말이 완벽한 설명이 되진 못했다. 그걸 세헬루스도 알고 있는 듯, 그가 싱긋 웃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번 만났을 때까지 알아 가지고 오시는 건 어떠세요?” 제가 왜요. 제가 왜 그런 귀찮은 일을 해야 하죠. 잘생기긴 했지만, 굳이 그를 이렇게까지 궁금해할 이유는 없었다. 그의 말에 호응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뿐.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내 표정이 조금 예상을 벗어났다 생각한 건지 그가 살짝 내려온 안경을 올려 썼다. 햇빛을 받아 안경알이 반짝 빛났다. “만에 하나 알아 오신다면 제가 마마의 소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마법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요.”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정말 그 말이 절로 나왔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글쎄요?” “아무리 봐도 저한테 잘해 주시는 거 같아서요. 왜 스타베팅 주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까는 아니라고 대충 넘겨 보려 했지만, 이야기하면 이야기할수록 확실해졌다. 이 남자가 나한테 너무나 잘해 주고 있다고. 그러나 세헬루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것 또한 저에 대해 알게 되신다면 조금은 유추하실 수 있으시겠죠.” 왜 마탑주가 말도 안 되는 내기까지 해 가며 소원을 들어주려는 건지. 아무리 봐도 이건 나한테 소원을 들어주려는 거 말고는 다른 의도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난 그가 대체 왜? “아…….” “황후 마마를 다음번에 또 뵙고 싶다는 나름의 핑계로 생각해 주세요.” 저렇게 말하는데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을까.